퇴근 후 데이케어에서 놀고 있는 율곡이를 데릴러 가야하는 시간.
하루종일 엄마없이도 잘 놀아 준 아기가 고맙고 미안하다. 이런 저런 마음에 더 보고싶어져서 발걸음이 빨라진다.
율곡아 ~기다려. 엄마가 간다!
야외활동이 많은 이곳 데이케어는 울타리 너머로 아기가 놀고 있는 모습을 살짝 볼 수 있다 원칙상 보면 안되지만 부모들이 퇴원 시간에 맞춰 다들 옹기종기 울타리에 매달려 보고 있으니 이제 선생님들도 오케이 하는 분위기이다.
아이가 혼자 노는 모습을 보면, 에공 친구들과 같이 놀지 왜 혼자 떨어져 있을까?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저릿하다. 지금까지 친구들과 선생님과 신나게 놀았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마침 그때 내가 봤을 뿐인데... 또 아이가 친구와 손을 잡고 행복하게 웃는 사진을 보면 잘 적응해서 놀고 있구나 싶으면서 안심이 된다. 정말 율곡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한다.
체크아웃을 하고 아가를 기다리며 창 너머로 에궁에궁 내새끼랑 눈이 마주쳤다. 율곡이가 서두르며 나에게 오고 싶어하는 맘이 느껴져 함박 웃음을 짓는다. 율곡이도 나를 보면서 반가운지 웃으면서 달려온다.
나의 천사!

담당선생님이 짧게 율곡이의 하루를 얘기해 준다. 보통 이 시간에 아이가 다쳤다면 어떤 조치를 취했고 아이 상태가 어땠는지를 서술해 놓은 종이에 서명을 한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어쩌다가 두세달에 한번씩은 꼭 서명을 하는 것 같다. 워낙 호기심이 많은 아이이고 겁이 없어서 행동에 거침이 없다보니 다치기 일쑤..
그렇게 함박 웃음을 지으며 나의 품에 안긴 율곡이는 꼬질꼬질 ㅎㅎ 머리에서는 모래가 두피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도대체 뭐 하고 노는 거니! ㅎㅎ 살살 털어서 될 일이 아니네! 얼른 집에 가서 씻겨야겠다. 요즘 아침 저녁으로 날이 쌀쌀하다보니 콧물은 흘리다가 말라서 코딱지가 됐고, 이건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겠지만 입주변은 흙인지 나뭇잎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붙어 있다. 물감놀이 있는 날은 얼굴, 옷, 손이 전부 다 스케치북이 된다. 아이 사진을 보고 직장 동료들이 아이가 미래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될 것 같다면서 한참 웃었다. 다른 애들은 스케치북에만 그림을 그리는데 율곡이는 얼굴에다가도 그리니 엄청 창의적이라고 ㅎㅎ
코로나 때문에 실내에서 놀지 못하고 야외활동만 가능해서 점심도 밖에서 심지어 낮잠도 처음에는 밖에서 재워서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자연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 수 있으니 너무 부럽다. 특히, 자기주도식 놀이는 아이에게 놀이를 통해 자립심까지 키워주는 것 같아 더 마음에 든다. 그저 부럽다!
집에 가서 얼른 씻기고 싶지만 집으로 가는 길에 놀이터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율곡이. 오후 4시 반 놀이터는 시끌벅적하니 동네 꼬마들과 부모들이 다 모였다. 이 시간 한국 초등학생들은 학원을 가겠지만 여기는 신나게 진짜 신나게 논다. 특별히 학원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다. 그 노는 모습을 보면, 그래 어린이는 이렇게 놀아야 맞는데.... 나도 한국에서 교육을 마쳤지만 이런 환경이 너무 부러울 따름. 그리고 이런 환경에서 내 아이를 자유롭게 키울수 있음에 감사하다.
율곡이는 거침이 없다. 마음에 드는 놀잇감이 있으면 무조건 직진! 오늘은 통통 튕기는 핑크 토끼다.
좋았어! 놀아보자고!!
율곡아~ 통통 뛰어봐 하니깐 통통 뛰면서 재밌다고 깔깔대며 웃는다.
율곡이의 해맑은 웃음에 행복이 스민다. 자기도 아가면서 자기 또래의 아가들보다는 형아들 노는 데 끼고 싶은지 형아들 주변을 맴돌기만 한다. 그러나 형아들은 자기들끼리 노느라 우리 율곡이는 안중에도 없다. ㅎㅎ
아장아장 걸음마하는 돌도 안 되보이는 금발머리의 아가가 토마스기차 모양의 자동차를 타고 있다. 율곡이는 그 자동차가 자기꺼라도 되는 듯 쪼르륵 달려간다. 불안한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는가. 잘 놀고 있는 아이의 자동차를 뺏으며 자기꺼인 듯 자기이름을 끊임없이 부른다.
율곡아 지금은 아가 차례야! 우리 자전거 페달 돌려볼까?하니 그러거나 말거나 앙앙 칭얼된다. 토마스 자동차를 타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우리 차례를 기다리자며 율곡이가 알아듣는다 생각하고 설명을 해줬다. 그런데 세상에나 아직 돌도 안 된 아가가 의젓하게 양보를 해준다. 세상에나 금발의 천사다!! ㅎㅎ
율곡이의 관심을 돌리려고 나는 엎어져 있는 자전거 페달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자 금발의 아가가 관심을 보이며 같이 페달을 돌리는데 갑자기 율곡이 우다다닥 달려온다. 아까는 관심도 없던 엎어진 자전거 페달을 미친듯이 돌린다. 금발의 아가 당황 ㅋㅋ 그러나 세상 쿨한 아가는 자전거를 두고 다시 토마스 자동차 타러 가서 앉으니 우리 율곡이는 우아아앙 울음을 터트린다. 자기 자동차 타지말라고 하는 듯이... 하아..
율곡아 여기 놀이터에 있는 모든 것들이 공용이란다. 우리는 같이 갖고 놀아야 해!
율곡이한테 양보하는 걸 가르쳐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아이가 클수록 가르쳐야 할 것이 점점 많아지네. 도대체 저 아기의 엄마는 어떻게 가르친 거지? 엄마가 주위에 없어서 살펴보니 저~~~ 멀리서 앉아서 책읽는 여자가 설마 엄마? 쿨한 아기는 율곡이의 칭얼거림에 지쳤는데 다른 장난감 쪽으로 이동한다. 그러자 책 읽던 아기의 엄마도 그제서야 따라 나선다. 아.. 엄마가 저세상 쿨함이라 아기도 쿨하구나! 오늘도 또 배운다. 육아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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