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 일상다반사/육아일기

Peanut Allergy 때문에 식겁한 날!

MamaTrex 2021. 11. 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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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랑 종종 입가심으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잘 먹는다. 특히 우리 아기가 하겐다즈 체리바닐라 맛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좋아한다.

남편이 아이스크림 사왔다며 문을 여니, "아스크림아스크림" 하면서 오다다다 뛰어온다. 아무리 좋아하던 아기 상어도 아이스크림을 이길 수는 없나보다.

오늘은 남편이 피넛버터 맛을 사왔다. 평소에 우리 둘이 잘 먹던 맛이기는 하지만 아이랑 같이 먹으면서 피넛 때문에 체리바닐라 맛을 주로 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에게 피넛이 들어있는 게 영 찝찝한데 우리 그냥 다른 맛 먹자고 하니 아이에게는 피넛을 자기가 생선 가시바르듯이 골라서 초코아이스크림 부분만 주겠다고 한다. 그게 쉬울리가 없지...

아이스크림을 보고 쏜살같이 달려든 우리 아가는 그와중에 엄마 숟가락부터 챙겨준다. ㅎㅎ

그런데 아이스크림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아 턱밑이 빨개지는 게 아닌가?!


어쩜 좋아! 하면서 나는 그 때부터 걱정 스위치가 켜졌다. 후다닥 antihistamines 성분이 들어있는 약을 1ml 정도 먹이고 후다닥 씻기는데 점점 더 입주변과 목이 빨개지면서 오돌토돌 두드러기가 얼굴 전체에 번지기 시작했다. 마음은 타들어가지만 아이에게 괜찮다고 계속 말해주면서 "많이 가렵지? 엄마가 금방 씻겨주고 나가서 우유 줄게"하면서 아이를 달랬지만 세상에나 맙소사 흰자까지 빨개졌다.

내 속은 타들어가는데 정작 피넛 먹여도 괜찮다던 남편은 차분하다... 그 모습이 너무 야속하기만 했다. 일부러 남편이 준 것도 아닌데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는지 욱하는 마음이 앞섰지만 한번 더 꾸욱 참았다.

아이를 얼른 닦이고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우유를 주는 동안 지켜보니 다향히 10분 정도 지났을까 계속 빨갛긴 하지만 점점 오돌토돌한 두드러기는 들어가는 것 같았다. 신앙도 없으면서 하느님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이가 아플 때마다 Mayo clinic 웹사이트에서 많이 도움을 얻는다. 아이가 진정되고 나서 찾아보니 딱 전형적인 food allergy!

증상
  • 피부반응: 부풀어오름, 빨개짐
  • 가려움, 입과 목주변에 두드러기
  • 소화기관 문제: 설사, 위장장애, 매스꺼움, 구토
  • 목구멍이 좁아짐
  • 가파른 호흡
  • 콧물

피넛을 먹은지 10분도 안 걸려서 나타난 반응이라 전형적인 푸드 알러지다. 이런 알레르기 반응은 도대체 왜 생길까?


원인
  • Direct contact: 우리 아이처럼 식품으로 섭취했을 때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아니면 피부에 접촉했을 때도 마찬가지.
  • Cross contact: 이거는 의도치 않게 식품 공정과정이나 처리과정에서 피넛이 노출된 경우. 예를 들면 같은 공장에서 피넛을 다루기도 하고 다른 식품들은 가공할 때 의도치 않게 노출되기도 한다.
  • 흡입: 먼지나 에어졸 속에 피넛성분이 포함된 경우. 스프레이형 피넛 오일을 뿌린다든가 피넛가루가 날릴 때.

 

 

  치료법  

제일 좋은 건 일단 피넛을 피하고 보는 것이다. 남편이랑 나도 오늘 알았으니 데이케어 선생님들께 말씀드리고 아이 주치의한테도 연락해야겠다. 물론 oral immumotherapy도 있다고는 하지만 antihistamines 1ml로 해결됐으니 우리 아이는 그 정도로 심각하진 않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아이 주치의에게 말할 것을 정리해보자면,

  • 언제 처음으로 피넛알러지를 인지했는지
  • 피넛 먹고 나서 증상이 얼마나 지속됐는지
  • 얼마나 먹었는지
  • antihistamines같은 약이 도움이 됐는지
  • 피넛에만 알러지반응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식품에도 그러는지.. 그러고 보면 우리 아기는 계란이나 새우에도 알러지 반응이 약하게 나타나긴 했었다.
  • 얼마나 증상이 심각한지.
  • 어떤 게 증상을 호전 시켰는지. 나같은 경우는 두돌이 돼서 Good sense 에서 나론 All day allergy children 용을 1ml 정도 줘서 효과를 봤다. 정량은 2.5ml지만 하루정량이기 때문에 1ml 먼저 줘보고 효과가 없이 계속 증상이 심하면 1.5ml 더 주려고 했다.
  • 반대로 뭐가 증상을 악화시켰는지. 아이를 목욕시킬 때 너무 더운 물로 씻겨서 알러지 반응을 더 악화시킨 것 같다. 씻기고 나서 피부상태를 보려고 옷을 나중에 입혔는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 알러지 반응 있을 때는 너무 더운 물은 금지!

옆에서 새근새근 잘 자는 아이를 보니 이제서야 마음이 놓인다. 약사 선배가 아이키울 때 비상약으로 몇가지 알려줬었는데 antihistamines 성분의 약을 그 때 미리 사놓은 건 신의 한수였다. 고마워 언니!


아이 주치의에게 다음날 연락하니 응급용 약을 처방해주고 아이 차트에 피넛 알러지를 기록해주었다. 데이케어 선생님들에게도 말해두고 children benadryl 12.5mg 5ml를 먹이라고 했다. 일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cvs 가서 체리맛으로 사왔다. 이제야 뭔가 안심이 된다. 데이케어에도 챙겨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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