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심하게 체해서 두 번이나 토하고 속이 너무 안 좋았다. 답답하고 매쓰꺼워서 아주 혼났다. 오전 내내 남편이 아이랑 놀아주고 나는 점심 때 쯤 일어나도 정신 못 차리겠다. 남편한테 얼른 검색해서 찾은 약을 사오라고 시켰다.
Pepto랑 Tums!


유명하다고 하는 두 개 약을 사들고 남편이 들어오는데 구세주가 따로 없다. 얼른 약을 먹으니 플라시보 효과인가. 아까보다는 살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약이 분홍색이라 좀 꺼려졌는데 효과는 직방이다. 그러고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오늘은 하루종일 우리 아가랑 못 놀아주고 잠만 잤네... 에궁 미안해라.
아이가 낮잠 자려고 들어와도 내가 끙끙 대며 잠만 자니 내 얼굴을 치며 일어나라고 한다. 남편이 손을 따주겠다며 등을 두들겨 주는데 자기도 쪼르르 달려와 고사리 손으로 등을 쳐준다. 제법 힘이 세서 도움이 된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여태까지 등 쳐준 남편한테는 고맙다는 소리를 안 했네! 이래서 자꾸 차별받는 거 같다고 하나?!
몸이 아파서 누워만 있으니 아이가 머리를 잡아당겨도 얼굴을 쳐도 당췌 훈육할 힘이 없다. 급기야 자기와 안 놀아준다고 물기까지?!! 오은영 박사님한테 배운대로 몸이 아파 힘든 와중에 아이의 양팔을 딱 붙잡고 (너는 엄마한테 힘으로는 안돼 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만해 그렇게 엄마를 물면 엄마가 너무 아파"라고 하니 아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다. 마음이 약해지지만 넘어가지 않고 마저 훈육을 했다. 아이가 알아들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다시 나에게 와 자기도 미안했는지 볼을 쓰담쓰담하면서 "아 이뻐!"라고 말해준다.
아이의 말 한마디, 작은 행동에 몸이 다 낫은 것 같았다. 약 효과도 톡톡히 보고!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니 이제야 아이를 안고 놀아줄 수가 있었다. 내가 아이를 안은 상태에서 살살 점프점프를 하면 아이가 재밌다고 깔깔대며 좋아한다. 세게 하면 뇌에 안 좋다고 하니 살살~
아이는 내게 매달려서 거꾸로 보는 걸 또 그렇게 좋아한다. 엄마 아직 회복 중인데... ㅎㅎ 아이가 원하면 또 하게 되는... 아예 나한테 자기 몸을 맡겨버리고 손을 개구리처럼 쫘악 뻗는다. 그러고는 거꾸로 보는 세상이 즐거운지 또 깔깔댄다.
이번에 아이 말고 내가 아픈 건 처음이었는데 육아를 잘하려면 엄마아빠 체력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아이가 아무리 놀아달라고 해도 눈이 안 떠지고 설거지가 쌓여있어도 할 수가 없다. 심지어 내가 낫고 나니 이젠 남편이 오한이 들었다. 온 몸이 차고 머리가 아프다며 몸저 누웠다.
그나마 둘이 동시에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지... 한 사람이라도 아이를 돌봐줄 수 있었으니 다행이었다. 아이는 평소보다 낮잠 자는 시간도 늦어졌고 밤잠 자는 시간도 덩달아 늦어졌다. 아마도 늘 밖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스타일인데 집에서만 놀았으니 그럴 법도 하지...
아이랑 더 잘 놀아주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시작해야하나 싶다. 체력이 곧 육아를 버틸 수 있는 힘이니깐!
'미국생활 - 일상다반사 > 육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일파티준비: 뽕니의 다락 (0) | 2021.11.18 |
---|---|
아이는 내 삶의 원동력 (0) | 2021.11.09 |
MBTI 기질 테스트: 엄마는 공감요정 ISFJ (0) | 2021.11.05 |
Peanut Allergy 때문에 식겁한 날! (0) | 2021.11.04 |
유퀴즈 박혜란 작가님편을 보고나서: 워킹맘을 위한 조언 (0) | 2021.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