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39.2도까지 오른 율곡이 ㅜㅜ
열 떨어지기 전까지는 말 그대로 패닉.. 약을 처음에 먹였을 때 금방 떨어지길래 다행이다 했더니 낮잠 자고 나서 39.2도까지 올라갔다. ㅜㅜ 이게 무슨 일이야 정말!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불안한데.. 목요일 오전이 제일 이른 시간이라 부랴부랴 예약했다. 지금도 온몸이 뜨끈뜨근.. 젖은 물수건으로 얼른 닦아줘야지.
미국에서는 소아과 의사를 만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화가 난다. 코로나 때문에 더 꼼꼼하게 물어보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니 엄마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간다.
일단 아이가 내 회사보험 밑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카이저에 전화를 걸었다. 접수하는 분께 카이저 카드 번호를 말하고 생년월일을 확인했다. 그러고 나서 간호사와 전화 연결해주는데 참 하세월이다. 하도 많이 들어서 기다릴 때 듣는 카이저 안내멘트는 외울 지경이다. 기다린지도 30분.. 드디어 간호사와 연결됐다!
간호사에게 아이가 열이 39.5도까지 올랐고 해열제를 acetaminophen과 ibupropen을 4시간마다 교차 복용시켰다고 말했다. runny nose에 가래 섞인 기침이 있다고 말하니 일단 코로나 검사부터 예약하라고 한다. 이미 했다고 말하니 교차 복용으로 약을 주고 있는 건 잘하고 있는 거라면서 계속 그런 식으로 약을 주고 가습기 틀고 탈수 증상 오지 않게 물 많이 주라고...
아이의 담당주치의와는 참 만나기가 어렵다. 이메일로 연락했더니 일단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와야 안다고... 화요일에 아프기 시작해서 제일 빠른 게 목요일 아침 검사이고 결과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나올 것 같다고 한다. ㅜㅜ

내가 계속 아이의 증상이 악화될 때마다 연락하니 답장이 왔다.
I know it is hard to see our kids not feeling well but having all these cold symptoms cannot be avoided, it is part of growing up. They help build up his immune system. Fever will likely keep recurring until the body has taken care of the infection, which can take up to 5 days. Just make sure he is well hydrated. I hope he feels better soon.
그 이후에도 계속 이메일을 주고 받았지만 결론은 5일 후에도 회복이 안되면 그때 소아과로 와서 자기가 진료 봐주겠다고 예약 잡자고 한다. 그러니깐 화요일에 아팠으니 일요일까지 경과를 지켜보자고...
한국에서 아이를 키웠으면 열나자마자 병원가서 진료받고 약 처방받았을 텐데... cvs에 가서 비상용으로 사놓은 타이레놀 먹이고 이웃집 아기 엄마한테 얻은 ibupropen 좌약 넣고 이마에 쿨링 시트를 붙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니 애가 탄다.
목요일에 받은 검사는 토요일에 음성이라고 나왔다. 한시름 놓아서 다행이다. 코로나 증상과 감기 증상이 비슷하니 요즘 같은 때에 열이라도 오르면 너무 걱정된다.
I would give another 1-2 days in regard to the fever. If there is still fever 101+ F during the weekend, he would need to be checked since 5 full days of fever would be more concerning for a severe infection. Otherwise the runny nose and cough can get worse (green runny nose, phlegmy cough) for a few days before he fully recovers. Continue ensuring fluid hydration, cool mist humidifier, nasal saline bulb suctioning, and vapor rub as needed. The COVID 19 test result should be back tomorrow.
의사 선생님 말처럼 열도 일요일이 되니깐 38도 밑으로 내려갔다. 결국 의사 선생님 말이 옳았나? 정말 신기하게도 콧물 색은 점점 짙은 녹색빛을 띠고 가래기침을 며칠 하더니, 내 속은 5일 동안 타들어갔지만 결국 아이 스스로 감기 바이러스와 싸워서 이겨냈다.
기특하고 대견하다. 아이들은 아프면 또 훌쩍 큰다더니, 통통했던 배가 입맛이 없어서 죽도 잘 못 먹었으니 쏘옥 들어갔고 생전 본적 없는 얼굴 라인이 좀 생긴 것 같다. ㅎㅎ 옆에서 보면 빵빵 한 볼살 때문에 코가 늘 파묻혀있었는데 이제 제법 코도 좀 보인다.
고생했다 우리 세식구! 토닥토닥..

다행히 인사과에서는 내 병가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연락이 왔다. 코로나 검사받으러 간 날은 코로나와 관련된 특별휴가를 쓰면 된다고 한다. 본인이 증상 있을 때 받는 검사로 코로나 연차를 쓰면 100프로 paid leave고, 아이가 아파서 검사받으러 가면 내 salary의 2/3 paid leave라고 한다.
근데 또 캘리포니아에서 배우자나 부모님, 자녀가 아플 때 쓸 수 있는 California paid family leave가 있기 때문에 아이가 아픈 기간 동안 빠진 4일을 내 병가를 쓰지 않고도 잘 해결이 됐다.
Supervisor 역시 내가 아픈 건 아니지만 너희 가족이 음성 받기 전까지 100%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무리해서 출근하지 말라고... 미국에서 직장 생활 4년 차가 되다 보니 문화 차이를 확실히 느낀다. 한국에서는 감기 걸려서 병가 낸다고 하면 참 황당하다고 했을 것 같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직장생활을 하던 수년 전에는 그랬다. 다들 콜록 대도 콧물 훌쩍 대도 나와서 일했던 것 같다. 근데 여기서는 감기 증상이 조금만 있어도 sick leave를 쓰는 것 같다. 일단 생각 자체가 다르다. 내가 감기 바이러스를 퍼트려서 동료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하는 것 같다. 아이 데이케어에서도 마찬가지. 특히나 코로나 시국에는 더 조심하는 분위기이다.
워낙 아이가 감사하게도 건강하게 잘 자라줬고 이렇게 39도를 넘긴 적은 처음이여서 미국 의료시스템에 대해 큰 불만 없이 살았었다. 미국은 뭐든지 느리고 기다림의 연속이니 그저 답답할 따름.. 한 해 두 해 미국에서 생활할수록 미국에 대한 환상이 점점 사라진다. 그립다 한국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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