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에 한국여행/슬기로운 격리생활

12월 3일 한국 입국후기 (feat. 무용지물 격리면제서)

MamaTrex 2021. 12. 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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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0시 이후로 격리 면제서 효력이 완전히 중단되었다.

영사민원 24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받은 이메일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입니다.

본 이메일을 받으시는 분들은 총영사관으로부터 최근 격리 면제서를 받은 적이 있으신 분들입니다.
아래와 같은 격리면제 중단 긴급조치가 12.1일 자로 발표되었기에 공지드립니다.
중앙 방역대책본부 지침(12.1)에 따라 한국 입국일 기준 12/3(금) 00시 ~ 12/16(목) 24시 간 입국 시 백신접종완료자 격리 면제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미 격리면제서를 받으신 분들이라도 마찬가지로 효력이 인정되지 않으며, 해당 기간에 한국 입국 시 반드시 격리하셔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확인하시고, 16일 이후의 격리 면제 가능 여부에 대해서도 당관 홈페이지를 지속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https://overseas.mofa.go.kr/us-sanfrancisco-ko/brd/m_4677/view.do?seq=1347057&srchFr=&srchTo=&srchWord=&srchTp=&multi_itm_seq=0&itm_seq_1=0&itm_seq_2=0&company_cd=&company_nm=&page=1


이미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던 내용이고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가 되었기 때문에 처음만큼 황당하지는 않았다. 퇴근 후 다시 짐을 풀어서 반 정도 내 옷을 다 뺐다. 자가격리할 동안 패션쇼 할 것도 아니고.. 친구 모임이며 여행이며 모든 걸 취소했기 때문에 별로 옷을 챙겨가는 게 의미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아기 짐은 기내용 가방 안에 기저귀, 여벌 옷 두 벌, 그리고 PCR 음성 확인서와 그리고 혹시 모를 격리 면제서 서류를 챙겼다.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내가 한국에 도착했을 때 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격리 면제서 서류가 휴지조각이 되어버렸어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여하튼, 여차저차 짐을 챙겨서 공항에 일찍 나갔다. 만 6세 미만의 동반아동은 부모가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면 면제이지만, 또 누가 알겠냐고요?! 갑자기 연령제한 없이 모든 내외국인은 PCR 음성 확인서가 필요하다는 속보가 뜰지.. 상황이 갑자기 급변하니깐 노파심에 집에서 평소보다 훨씬 일찍 출발했다. 여차하면 공항에서 199불 주고 한 시간 만에 받을 수 있는 PCR 검사를 해도 되니깐! 다행히 체크인할 때까지도 만 6세 미만 아동은 음성 확인서 면제 조항이 유지되었다.

아이는 평소에 일찍 자는데 비행기 타느라 설레는지 공항을 누비고 다니면서 잘 놀았다. 그 덕에 비행기에서도 통잠을 잘 자주어서 너무나도 고마웠다. 3일 입국자부터 갑자기 격리면제서가 효력이 없어지니깐 비행기에 사람이 없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다들 나처럼 황당한 마음을 안고 한국행을 택한 것 같다. 비행기는 지난여름에 갈 때보다 훨씬 좌석 점유율이 높았다.

인천 공항에 내리자마자 온도체크 후 3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리니 검사관께서 요구한 사항은


  • 여권
  • PCR 음성확인서
  • 건강상태 질문서 (기내에서 미리 작성하자!)
  • 특별검역신고서 (긴 줄을 더 안 기다리려면 오랜 비행시간 동안 기내에서 작성하는 게 팁!)
  • 자가격리 면제서 (무용지물인데 왜 가져가셨을까?)

이때 단기체류 외국인 격리에 대해 물어보니 잘 모르셨다. 잉? 아마 3일 0시부터 규정이 갑자기 바뀌었으니 아마 혼란스러우셨을지도 모르겠다. 흠.. 질병관리청에 전화해서 문의해보는 게 제일 정확할 것 같다. 어찌 됐든 1단계 패스!

2단계는 자가격리 앱 설치 후 정보를 입력하기! 자가격리 앱을 미리미리 설치할 걸 후회했다. 안 그래도 줄이 긴데 인터넷 속도도 느리니 최악이었다. 그래도 인천공항 와이파이로 연결해서 앱을 다운로드하니 훨씬 빨랐다. 이때 ID 부분에 CORONA라고 입력한 후 개인정보를 넣으면 된다. 자가 격리할 장소도 적어주고 보호자 연락처로 국군 장병이 전화를 해서 엄마한테 물어봐주신다. 고생하시는 국군 장병 여러분 파이팅!

그러나 또다시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아 망했다...


이미 한 시간 정도 소요가 되었기 때문에 아기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이제 3단계인데 아이와 함께 이 긴 줄을 어떻게 기다려야 하나 막막했다. 아이는 말 그대로 딱 이 상태..


하지만 내 뒤에 서 계시던 부부가 아기 엄마 먼저 보내자고 너무나 고마운 제안을 해주셔서 덕분에 앞으로 가서 다른 분들보다 일처리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아기 아빠도 없이 남산만 한 가방을 메고 우는 아기를 달래는 엄마를 보니 짠해 보였을까. 너무 감사하게도 도와주셔서 덕분에 다른 분들보다 더 빨리 패스한 것 같다. 그분들도 역시 긴 비행에 지쳤고 얼른 패스해서 나가고 싶으셨을 텐데 너무 감사했다. 사람들을 앞질러가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짜증내고 우는 아이를 배려해주신 그 마음이 고마워서 뒤를 돌아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니 그 많은 분들이 웃으면서 목례를 해주시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정말 한국에 돌아온 것 같다. 한국인의 따뜻한 정은 전 세계 어디 가서도 볼 수 없는 전매특허인 듯!

그렇게 긴 줄을 넘어서 다음 3단계 미션은, 격리 통지서 서류 작성 2장이었는데 한장은 그다음 4단계에서 가져갔다.
여하튼 이름과 생년월일, 격리 시행일, 격리 장소를 적고 입국 날짜를 적으면 끝.


다음 5단계는 여권을 다시 드리고 마스크를 내리고 얼굴 확인하고 격리 통지서 서류 2장 중 1장을 가져가고 나머지 1장을 돌려준다. 그러고 나서 짐 찾으면 끝인 줄 알았지? 아니다.


6단계 세관신고 후 나가면 어디로 갈 건지 물어본다. 이때 주의할 점은 부모님이 마중 나왔다면 부모님 댁에 간다고 말하면 된다. 그러면 10번으로 가서 가족을 만나 집으로 가면 된다고 말씀해주시는 데 나는 이걸 모르고 경기도라고 말하니 6번으로 가라고 스티커를 붙여주는 게 아닌가? 뭣도 모르고 6번을 갔더니 공항버스 타는 안내소였다. 거기서 우왕좌왕하면 시간 보낸 것도 좀 짜증이 났다... 아오.. 눈앞에 부모님을 보고도 만나질 못하니 점점 힘이 들었다. 거기다 짐가방에 아이 유모차에 이미 땀으로 뒤범벅..

거의 나오는데 두 시간은 걸린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도착하니 긴장감도 풀리고 너무너무 좋았다. 입국 후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데 이때 부모뿐만 아니라 동반 아동도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가 받아야 함을 유의하자! 비행기 타기 전에는 상관없었을지라도 입국 후에는 아기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무자비하게 내 코를 쑤시는 것보다 아이 코를 쑤시는 게 더 마음 아팠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무자비하게 뇌를 뚫을 것처럼 검사하지는 않는데 정말 문화충격! 여하튼 무사히 PCR 검사까지 마치고 집으로 가면 진짜 끝!

정말 눈물 나는 한국행이다. 제발 무사히 안전하게 쉬다가 돌아가길..
다행히 미국은 7일 격리하네 마네 하더니 아직까지 업데이트된 내용은 코로나 검사를 24시간 안에 발급받아야 되는 점! 이거 하나뿐이니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는 PCR 검사보다는 2시간 정도 걸리는 항원검사를 받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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