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만 세돌이 다 되도록 아이 앞에서만큼은 남편과 싸우고 싶지 않았는데..
그 추한 꼴을 오늘 아이에게 보여줬다. 그것도 아이 훈육 문제 때문에! 대립하는 엄마 아빠를 보면서 아이가 느꼈을 죄책감을 생각하니 한없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밀려온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내가 씻는 동안 남편이 아이와 잘 노는 것 같아서 마음 편히 씻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소리를 지르면서 아이에게 하지말라고 화를 내는 게 아닌가.. 부랴부랴 수건으로 몸을 닦고 머리를 수건으로 틀어올리고 방문을 나서려는 순간, 남편을 믿고 훈육을 맡겨보자는 마음에 그의 방식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참고 기다렸다. 차라리 그 소리를 안 들으면 마음이 덜 불편할까 싶어 머리를 말리는데 또 하지말라고 소리지르는 게 아닌가. 얘기를 들어보니 아이가 아빠와 누워서 노는 게 재밌었는지 아빠보고 누우라고 하고 그 위에서 아빠 얼굴을 주먹으로 두 세번 세게 친 거 같다. 남편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훈육하고 싶었던 모양이나, 화장실에서 내가 듣기로는 아이와 수준이 똑같았다. 같이 소리지르고 화내다니 ㅜㅜ 제발 그렇게 화내지말고 차분히 단호하게 훈육해달라고 부탁했건만.. 남편의 훈육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꼭 혼구녕을 내서 아이를 쫄게 만드는 거 같았다.
3번 정도 큰소리가 나고 잠잠해진 거 같아 아이 이름을 부르며 이리와서 엄마랑 놀자고 말하니 아이는 "엄마~~~~~"하면서 울면서 내 품에 안긴다. 편소에 내가 아이에게 "사이좋게 지내자 새끼손가락 꼭꼭걸고 꼭꼭 약속해~" 노래를 자주 불러줘서 그런지 아이는 갑자기 그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여보 xx가 아빠한테 할 말 있대"하며 남편을 불렀다. 그러자 그때까지도 계속 화가 나있던 남편은 갑자기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내가 훈육하는 중인데 그런 식으로 개입하면 내가 뭐가 돼? 그러니깐 애가 아빠를 졸로 보지!"
당황한 나는 중간에 개입해서 훈육을 망치려는 의도가 없었고 다 끝난 거 같아서 이제 아이를 달래러 나왔다고 해명했지만 화가 난 남편은 이렇게 다 받아주는 나의 양육방식 때문에 아이가 점점 더 떼쓰고 칭얼댄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의 비난에 나도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이면 싸우기 시작..
아이 앞에서만큼은 정말 싸우기 싫어서 참고 넘어가려고 했었는데ㅜㅜ 한 번 더 참을 걸.. 같이 언성을 높이며 싸우자 아이는 엄마 아빠의 싸움을 중재시키려고 자기 딴에는 아빠한테 하지말라고 소리치고 나에게는 "엄마 같이 파스타 만들자"며 클레이를 가져왔다. 그 모습에 남편은 더 화가 났는지 니가 받아주니 애가 이제 아빠한테 하지말라며 소리치는 거라고.. 내 생각에는 아이가 큰 소리 내는 아빠로부터 엄마를 지켜주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았는데...
남편에게는 훈육은 그렇게 짜증내고 아이에게 화내는 게 아니라 아이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하며 아이가 아빠를 때린 행동이 잘못됐으니 그 행동에 대해 하지말라고 가르쳐야지 같이 소리지르면 어떡하냐고 남편을 나무랐다. 남편 입장에서는 좋게 말하니 계속 때리길래 소리지르자 잠잠해졌다면서 그 다음에 가르치려고 했단다. 하지만 무섭고 겁을 먹은 상태에서 아이를 가르친다고 그 아이가 기억이나 할까? 그 무서운 상황에서 도대체 뭘 가르치고 싶었던 걸까? 남편이 자주 하는 말 중에 아이가 문제 해결방식이 떼쓰거나 우는 거면 안 된다, 아이 말 다 들어주지마라, 다 받아주지 마라.. 등이 있다. 물론 나도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방식까지 동의하지는 않는다. 나는 절대로 무섭고 강압적인 상태에서 행동 수정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흥분해서 말을 버벅거리는 남편에게 그래도 너의 방식이 잘못됐다고 말하자, 그는 너는 옳고 나는 틀리냐며 결국 나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서 언제나 그렇듯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할 말이 없으면 늘 저렇게 자기만의 굴로 숨는다. 그래도 오늘은 밖에는 안 나갔네.. 아이 앞에서 그렇게 싸우지 말고 이따 아이가 자고 이야기 하자고 그렇게 사정했건만.. 그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한 우리는 참 못났다 그래.. 나라도 참을 걸 이제와서 후회한 들 이미 아이는 자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싸운 걸로 아는 거 같았다. 그래서 애교도 부리고 같이 놀자면서 살살대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엄마 아빠가 화해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어서 아이가 없었다면 절대 들어가지 않았을 남편이 있는 방에 들어가 차분하게 대화를 시작했다. 앞으로 훈육할 때 개입하지 않겠다. 하지만 소리 지르는 방식은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니 조금 진정된 남편은 자기가 훈육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지켜봐달라고 한다. 그제서야 아이는 아빠에게 "아빠 재밌어?" 하며 말을 걸었는데 남편 왈 "아니 재미없어.." 아오... 오히려 애보다도 그릇이 작다 작아!
지난 번에는 아이가 아빠 밥그릇을 밀며 쌩떼를 부린다며 아이한테 "xx 나빠" 이러질 않나.. 도대체 남편의 훈육을 이해할 수가 없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 행동만을 훈육했으면 싶은데 대뜸 너 나빠 이래버리면 황당하고 아이가 혹시 아빠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오해할까봐 걱정된다. 그래놓고 아이가 자기를 안 좋아한다면서 툴툴대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 자기객관화가 잘 되면 좋을텐데..
아이를 재우러 방에 들어가니 아이 왈 "엄마 내 옆에 누워볼래?" 그래 이렇게 사랑스러운 너인데.. 너무 미안한 마음에 "xx야 아빠 엄마는 우리 xx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다 받아줄 수 없어 아빠 얼굴을 때리면 안돼. 엄마 아빠가 오늘 싸워서 속상했지? 너무 미안해 우리 xx 때문에 싸운 게 아니야. 생각이 달라서 싸운거야. 이제 엄마 아빠 화해했으니깐 코오 잘 자렴. 굿나잇 내사랑" 하니 아이가 자시가 요즘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달라고 해서 자장가로 부르는데 남편이 와서 내 옆에 눕는다. 남편은 내게 자리를 바꿔 달라고 아이 옆에 가고 싶단다. 그러자 아이는 "아빠 아냐 엄마가 xx이 옆에 와 아빠는 우유 가져올래?" 이러는 게 아닌가. 남편은 아이 옆에 자꾸 눕고 싶다며 (눈치는 정말 퇴근할 때 직장에 두고 온건가) 나보고 우유 가져오란다..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짜증 폭발 "아니야 엄마가 옆에! 아빠가 우유 가져와!!!" 아이고 머리야..
남편의 의도는 알겠으나 사랑은 타이밍인 것을.. 혼자 모르는 거 같다. 아니, 우유 가져와달라는 게 어렵나? 귀찮아서 그런가? 꼭 싫다는 애 옆에 가서 누워야하나? 자기가 귀찮게 하는건 모르나..
아이를 훈육하는 것보다 남편과 양육관이 너무 다르니 그걸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크다. 자꾸 엄마가 다 받아주는 게 문제라지만 나는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떼를 쓰고 짜증내면 일단 달래서 진정시킨 후 훈육을 단호하게 한다. 남편 눈에는 내가 아이를 달래서 진정시키는 게 다 받아주는 것 처럼 보이나보다. 뒤에 훈육 내용을 아이가 기억하려면 화빼고 잘못된 행동만 딱 교정될 수 있게 단호하게 말하는데 약간 남편은 '그래 백날 말해봐라 그게 되나' 이런 식으로 본다. 육아는 단거리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니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 나는 차분하게 말해도, 그리고 수천번을 말해야만 하더라도 내 방식이 통하리라 믿는다. 다만, 아이가 엄마 아빠의 양육스타일이 달라 혼란을 느낄 수 있으니 아빠가 훈육할 땐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일단 참고 넘어가야겠다. 아이를 위해서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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