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 일상다반사/육아일기

금쪽같은 내새끼 74회 엄마를 거부하는 아이 그 이유는 힘의 불균형

MamaTrex 2021. 11. 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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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금쪽이 역시 충격적이다.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본 것처럼 솔루션까지 다 봤는데도 불구하고 영 찝찝하다.

엄마를 극도로 싫어하는 아이.. 정말 요즘 말로 극혐이다 극혐. 엄마가 학교 갈 준비를 도와주느라 가방 한번 만졌더니 아주 까무러치며 생난리... 엄마가 만진 가방을 무슨 시궁창에 빠진 물건 보듯 한다.

아이를 어려서부터 봐준 할머니와 아빠는 엄마가 식사시간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이 앞에서 엄마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쟤는 바뀔 생각도 없고 바뀔 수도 없어. 다른 건 다 관심 없고 지 몸 관리 할 때만 뭘 하지


그게 남편이란 사람이 엄마한테 자기 와이프를 두고 하는 말이라니! 너무 충격적이다. 처음에 쟤라고 말해서 설마 자기 와이프를 두고 하는 말일까 싶었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마음이 불편해진 게.. 엄마 없는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이해도 안 되고 그 상황이 너무 불편했다.

사실 그보다 더 가관인 말은 따로 있었다. 엄마를 거부하는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번호는 핸드폰에 저장했지만 나머지 빠진 단 한 사람, 바로 엄마 번호는 010으로 저장했다고 한다. 그러자 할머니 왈,


그래도 박씨 아줌마 아닌 게 어디냐

와...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금쪽같은 내 새끼를 신청한 분이 다름 아닌 시어머니라고 들었는데... 처음에 아이가 할머니에게 의존하기에 할머니가 진심으로 아이가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신청했다고 생각했는데 저 말을 듣고 "엥? 뭐지?" 물론 손녀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진심이었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금쪽이 엄마의 문제점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싶어서였을까? 아이에게 너는 엄마가 왜 싫으냐고 물어도 금쪽이는 딱히 이유를 말하지 못하고 다른 화제로 돌린다.

여기서 오은영 박사님은 이 아이의 문제 행동의 이유는 어쩌면 가족 내 힘의 불균형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이가 속마음을 이야기 할 때 끝내 터놓지 못했지만 제작진이 철수한 후 이런 말을 한다. 할머니랑 아빠가 무서웠는데 그때 엄마는 일하러 가서 자기 곁에 없었다고. 오은영 박사님은 아이가 생존본능이었을 거라고 힘이 강한 편(할머니와 아빠)에 서서 이 집에서 문제인 사람을 향해 엄마(약자) 때문이야 라고 말하면서 안정감을 느꼈을 거라고. 엄마 험담을 하는 할머니와 아빠의 표정을 살피며 눈치를 보는 아이를 보고 4학년밖에 안 되는 아이도 다 아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어쩌면 아이는 엄마를 싫어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며. 그래서 엄마가 왜 싫으냐고 물어도 딱히 대답할 수가 없는 거였을까.

저런 환경에서 금쪽이보다도 나는 금쪽이 엄마가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남편은 모든 문제의 원인이 네가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지. 아이는 극도로 나를 거부하지. 아이가 무섭고 힘들 때 나는 일하러 가느라 아이의 마음을 보듬어주지 못했지. 그 모든 죄책감을 떠안고 살아왔고 아이를 두 번이나 유산한 경험이 있으니 얼굴에 슬픔이 묻어 나오는 건 당연지사. 그리고 원래 엄마의 기질 자체가 차분하고 온화한 사람인 거 같다. 물론 그런 성격이 같이 사는 아빠에게는 무표정에 감정교류가 안 되는 사람이라고 여겨졌을 수도 있지만 항상 모든 감정은 상대적이지 않은가. 아마 엄마가 표현이 서툴러서 그렇지 엄마 역시도 자신의 탓이라고만 말하는 아이 아빠와 감정교류가 잘 되지 않아 힘들었을 것 같다.

오은영 박사님의 솔루션을 봤는데도 뭔가 답답하다. 하기사 하루아침에 바뀌기야 하겠냐마는 그래도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자신들의 치부를 보여줘야 하고 또 방송 후 쓴소리도 들을 걸 감수해가면서 금쪽이에 나온 거 아닐까. 그런 점에서 엄마 아빠뿐만 아니라 금쪽이를 신청한 할머니도 얼마나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는지 느껴진다.

금쪽이를 보고 항상 배울 점이 많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절대로 아이 앞에서 남편이나 아내 흉을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네 편 내 편 갈라서 서로 험담하고 싸우면 이건 남보다 못한 사이다. 아이가 생각할 때 우리 가족은 언제나 든든한 내 편이어야지 부부끼리 싸워서 애들한테 못 볼 꼴을 보여서는 안 되겠다. 그거야 말로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니깐!

물론 살다보면 남편이 남의 편인 것처럼 갈등이 있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이 앞에서 험담하면 안 된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도 남편을 더 위해주도록 노력해야겠다.

또 하나 느낀 점은 아이가 힘들 때 곁에 있어주기!
나는 뭔가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우선순위를 정한다. 언제나 내 0순위는 우리 아이! 내 경력도 물론 중요하고 나는 내 일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힘들어할 때 아이 곁에 있어주고 싶다. 독립하기 전까지 아이가 나를 찾는 시기는 사실 그리 길지 않다. 나도 경력이 단절될까 봐 걱정되기는 하지만 아이와 보내는 소중한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물론 금쪽이 엄마도 아이 곁에 있고 싶었겠지 아이가 힘든 기간동안... 하지만 또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하니 무거운 마음으로 일하러 가지 않았을까. 에휴. 그저 금쪽이 엄마가 또 워킹맘들이 너무 짠하다. 아이가 문제가 있으면 모두가 심지어 나 자신마저 내 탓이라고 여기니... 안쓰럽다. 그저 금쪽이네 가정에도 행복이 찾아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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