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 일상다반사/육아일기

엄마를 때리는 아이 훈육법

MamaTrex 2021. 11. 29.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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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천사가 엄마를 때리다니...

처음에 아이가 남편이나 나를 물었을 때는 아직 만 두 돌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훈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앓이를 하느라 무는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하지만 아이가 남편이나 나를 때리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당황스럽고 어떻게 훈육을 시작해야 하는지 몰랐다. 도대체 왜 때리는 걸까?

이유도 모르겠거니와 기분이 좋은데도 때리는 이유를 당최 알 수가 없다. 보통 남편이 누워서 낮잠을 자거나 내가 누워 있을 때 아이가 우리의 머리를 때린다. 아가가 때린다고 만만히 보다간 큰코다친다. 생각보다 힘이 아주 세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아이가 놀아달라고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아이와 신나게 간지럼 태우기 놀이도 하고 침대 위에서 방방 뛰거나 아이가 자지러지게 깔깔대고 웃는데도 갑자기 우리를 때릴 때가 있다. 도대체 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서 그런 걸까?

한 번은 이런 적도 있다. 신나는 노래에 맞춰 한참을 점프 점프하면서 다같이서 춤을 추다가 노래가 끝나니 아빠에게 달려가 손을 무는 게 아닌가?! 아니, 기분이 나쁘거나 짜증 날 때가 아니라 한참 신날 때 깨물거나 때리는 이유를 당최 모르겠다.

이제 아이가 두돌이 지났기에 훈육을 시작하기 적당하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다. 만 세 돌까지 훈육을 해봤자 소용없다는 글도 봤지만 아이가 놀이터에서 여섯 살 정도 되는 형아를 밀치는 걸 보고 남편과 훈육을 시작하자고 했다. 여섯 살 정도 되는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우리 아이가 형아랑 같이 놀고 싶어서 밀친 거라고 변명했지만 이렇게 방치하다가는 나중에 오히려 훈육이 어려울 것 같아서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은 아이가 아무리 어려도 잘못된 행동임을 알려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학교 때 부모학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교수님 말씀이 아이들에게 잘못된 행동을 알려주고 그 행동을 고쳐주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0번을 말해줘야 한다고 하셨다. 1000번이라니 이제 3번 정도 훈육을 했으니 아직 갈 길이 멀고도 험하다.

우리 부부가 서로 긴 대화 끝에 정리한 훈육법은 총 7가지다.


  1.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할 때 훈육하기
  2. 절대 화내거나 무섭게 하지 않기
  3. 어조는 단호하게! 웃지 않고 짧게 말하기
  4. 한 사람이 훈육할 때 끼어들지 않기 (설사 마음에 안 들어도 아이가 안 볼 때 따로 이야기해주기)
  5. 체벌금지
  6. 아이의 자존심을 지켜주자. 사람 없는 곳에서 훈육하기
  7. 훈육한 다음에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하기


남편이 낮잠을 자다 아이에게 맞았을 때 야! 하면서 짜증을 냈다. 자다가 당했으니 물론 짜증이 나겠지만 훈육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훈육의 목적은 잘못된 점을 고쳐주는 건데 남편은 자기의 화를 컨트롤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짜증만 낸 격이다. 하지만 그래도 남편이 훈육을 시작했기에 마음에 안 들지만 일단 참았다.

아이를 딱 잡고(강압적이지 않고 보호한다는 느낌으로) 아이에게 무표정으로 단호하게 때리는 행동은 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알려주었다. 아이는 늘 그렇듯 때린 다음에 배시시 웃는다. (생존본능인가?) 하지만 우리는 1차 고비에 넘어가지 않고 끝까지 웃지 않고 단호하게 말해주었다. 그러자 아이는 눈을 껌뻑 껌뻑이면서 우리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남편은 훈육 후 자리를 떴지만 나는 아이를 향해 두 팔 벌리니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오다다다 내 품에 쏙 안긴다.

"아가야 아빠가 처음에 화내서 무서웠지? 그래도 다른 사람을 때리는 건 잘못된 거야! 엄마 아빠도 아프단다.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아이 이쁘다 해줘야지" 하며 안아주었다.

나는 어릴 때 엄마에게 훈육받고 나면 엄마가 꼭 화장실 가서 세수하고 오라고 하고 꼭 안아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아이에게 엄마가 너를 훈육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늘 너를 사랑한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제 갈 길이 멀다. 중고등학교 때 국영수만 강조하지 말고 교양 과목으로 학생들이 부모교육을 배우면 더 좋을 것 같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하려니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있는 것 같다.

남편은 훈육은 혼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이가 어울리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주의다. 나도 훈육하는 거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일단 화 빼고 무서움 빼고 좋은 말로 해야 아이가 바뀐다는 오은영 박사님 말씀에 동의한다. 나 또한 그런 환경에서 커왔기 때문에. 오은영 박사님 왈, 아이를 무섭게 혼내면 아이가 무서워서 그 행동을 안 한다는 거지 그거는 교육이 아니라고 한다.

이런 나의 생각을 자주 말하다 보니 남편도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지만 가끔 욱할 때가 있는 거 같아 보인다. 그리고 남편은 나의 훈육법이 너무 부드러운 방식이라 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 둘 다 부모는 처음이기에 시행착오는 분명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합의한 대로 일관성 있게 훈육하면 아이가 점차 달라지지 않을까.

아이가 공격성이 언제 늘어나고 언제 줄어드는지 보면, 일단 우리가 누워있을 때 때리는 행동을 하고 아이가 밖에서 신나게 뛰어놀 때는 전혀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 둘이 놀 때 무조건 놀이터에 나가거나 공원으로 나간다. 신나게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고 오라고! 그러면 아이도 집에 와서 맘마 먹고 씻고 바로 뻗어버린다. 후후! 잘 때는 그렇게 천사가 따로 없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니 세 살 전에 고쳐보자! 이제 997번 남았다. 무한 반복하다 보면 고쳐지겠지. 우리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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