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교수님 빼고 새로운 건물로 와서 오리엔테이션을 했을 때의 일이다. 돌아가면서 motivation과 obstacle에 대해 말할 때 나는 영어로 커뮤니케이션 할 때의 힘든 점과 특히 교수님과 대화할 때 느끼는 나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 당시에 다들 너 뿐만 아니라 원어민인 자기네들도 우리 교수님은 특히 대화하기 어려운 상대라고 나를 위로해 줬었다. 그러고 나름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위안을 삼으며 넘어갔는데 오늘 미국인 동료가 또 그 이야기를 꺼내왔다.
지난 번에 오리엔테이션에서 내가 한말을 요 며칠 생각해봤다면서 자기는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교수님이랑 일하면서 아직도 힘들 때가 많다고... 중요한 것은 교수님이 연구에 대해 여러가지 지적할 때는 실험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니깐 얼마든지 귀담아서 들으라고. 하지만 그 이외에 페이라던지 다른 일과 관련 없는 이야기는 그냥 무시하라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라
그게 내가 이 연구실에서 7년 넘게 버틴 비결이란다. ㅎㅎ 나는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하소연을 했다. 나는 이해가 안 가는 게 이미 일 시작하기 전에 페이에 대해서 동의한 사항이면서 왜 자꾸 나한테 overpay한다는 듯이 말하는지 모르겠다. 교수님 입장에서는 나에게 주는 돈이 많은 거 같으니 "더 일하라고 지금보다 더!"를 외치지만 내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하루 종일 나에게 감시 카메라를 붙여야 속이 시원하려나? 아니, 지금도 주당 40시간 일하는데 무슨 소리인지..
문제는 내가 싱글이면 몰라도 나는 집에 가면 우리 아이가 기다리고 있다. 교수님을 만족시키려면 내 아이와 남편이 그만큼 희생해야하니 남편 입장에서는 빨리 퇴근하고 오기를 바란다. 나도 아이가 내 삶에서 1순위이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내 경력을 쌓는 것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가족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일하고 싶진 않다. 아무리 내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내 일을 즐긴다 할지라도.
이렇게 두 남자를 만족시키는 게 쉽지 않다고 하소연을 하니, 그래도 적어도 나와 같이 일하는 자기네들은 만족한다고! 나 진짜 그 말 듣고 울뻔했다. 그리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너의 아이 또한 만족할 거라면서...
한 번 안아보자고 하며 나를 위로해 주는데 정말 눈물 찔끔나는 거 간신히 참았다. 이게 실험하다가 뭔 난리인가 싶어서 ㅎㅎ 다른 사람들이 괴롭히는 걸로 오해할 수 있으니 눈물을 꾸욱 참았다.
직장에 마음 맞는 동료가 있는 건 정말 행운이다.
"너의 도움 아니었으면 나는 이 연구실에서 버티기 힘들었을거야. 정말 고마워!" 나도 교수님이 Nice guy인 거 아는데 가끔 그렇게 말로 나를 할퀼 때가 있다고 하니 Nice guy라고 꼭 Nice boss는 아니라면서 ㅎㅎ
미국동료는 참 따뜻한 사람이다. 만약에 교수 돼서 여기를 떠나면 거기로 바로 옮겨야겠다.
'미국생활 - 일상다반사 > 미국직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직장생활: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다! (0) | 2021.11.17 |
---|---|
미국직장생활: Boss를 HR에 신고하자고요?! (0) | 2021.11.12 |
미국직장생활: 결국 어디서나 제일 중요한 건 인간관계 (0) | 2021.10.27 |
미국취업: Fringe benefits (0) | 2021.10.08 |
미국취업: 401K는 필수! (0) | 2021.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