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한 연구동이 오픈하는데만 2년 넘게 연기됐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얼마 전에 이사한 연구동은 근사한 외관뿐만 아니라 오픈 랩이어서 여러 랩들과 교류하기도 수월하고 좋다.

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하면 뭐하냐고... 지난 금요일 안전 관리팀에서 연락이 왔다.
Get out of this building
아니 이게 무슨 일이고?! 나는 어차피 금요일에 재택이라 출근하지 않았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이 걱정이 됐다. 당장 건물에서 대피하라는 연락과 함께 12시부터 urgent meeting에 참석하라는 이메일이 왔다. zoom으로 들어가니 모든 PI들과 랩매니저들 그리고 선임 연구원들이 참여했다. 일단 안전관리 검사 결과, 전기배선에 문제가 생겼다며 지금 당장 그 건물에서 대피하는 게 연구원들의 안전을 위한 길이라고.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위해 그런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교수님들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수많은 기계들과 소모품들을 옮길 수도 없을 뿐더러 무버들을 고용해서 옮겨준다고 한들 실험을 계속 진행하지 못하니 금전적인 피해가 막대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포스트닥터들은 워낙 짧게 있다가는 연구원들이니 이렇게 기약없이 건물을 폐쇄해버리면 커리어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데 그건 누가 보상해줄 수 있느냐며 화가 단단히 나셨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은 코로나 시작할 때 처럼 최소한의 일만 진행하기로 했다.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은 하지말고 현재진행형인 연구만 하되 건물에 있는 시작을 최소한으로 하라고 한다.
하지만 실험은 재택이 불가능하기에 어찌됐건 나는 출근해야하니 걱정이 앞선다.
교수님께 이런 불안한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했다. 솔직히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질거냐고.. 교수님께서는 일단 자기가 느끼기엔 다른 어떤 건물보다 새로 지은 연구동이 제일 안전하다고 본다고. 설계 당시에는 안전상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캘리포니아 법이 바뀌면서 배관을 전기배선 옆에 설계하는 게 문제가 된 거라면서 최소한 일을 줄이되 필수적인 일을 나와서 하는 게 어떠냐며... 내 실험에 필요한 장비를 옮기는 게 무리일 것 같다고 한다. 물론 내가 원하면 옮겨서 실험하라고 말씀하시긴 했지만 그게 별의미가 없다고 여기시는 듯하다.
주말 내내 머리가 복잡했지만 막상 출근해보니 다른 랩들은 평소처럼 일하고 있는게 아닌가. 그 모습을 보니 나만 유난 떨었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심이 돼서 일을 하고 있는데 안전 관리팀에서 연락이 왔다. 최소한의 인원만 허락했는데 2층에만 40명이 일하고 있는 게 필수인력이냐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겠냐고 이메일이 왔다.
정리가 되가려는 문제가 다시 꼬여버린 듯 혼란스럽기만 하다. 누구 말을 듣고 어디서 어떻게 일해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미국이 참 겉에서 보면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망의 대상일지 몰라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허술하다. 아니, 사람들 이사오기 전에 안전점검하면서 그런 문제 하나 잡아내지 못했다는 말인가?! 허술하다 허술해.
무엇보다 우리 연구원들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말하는 다른 랩 교수님을 보면서 저 분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교수님은 어떻게든 데이터를 내서 논문을 내는 데 꽂혀있는 듯 하다. 뭐 이런 안전문제야 늘 있는 거 아니냐면서. 내가 벼락 맞을 확률보다 이 연구동이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더 낮다고. 그렇게 말하니 뭐라 할말이 없다.
사고나면 교수님이 책임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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