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해제 후 드디어 아이의 머리를 자르기 위해 동네 미용실을 방문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빠 단골 미용사분께 예약을 하고 갔다. 하지만 설레는 엄마 마음과는 달리 아이는 입구부터 칭얼대기 시작했다. 불안하다 불안해. 아니나 다를까 의자에 앉히려고 시도하자마자 울음 폭발!

그래서 내가 가운을 입고 아이를 안으니 진정이 됐다. 2차 시도로 가운을 아이에게 입히려고 하니 또 울기 시작!

큰일났다. 좋아하는 고래인형도 공룡영상도 다 필요없다는 듯이 우는데 이대로 못 자르고 집에 가나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 있던 점장님이 아이의 머리를 세게 잡더니 아이가 바둥거리면서 머리를 돌리면 가위에 다칠 수 있다고... 내 동의도 구하지 않고 아이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잡는데 너무 속이 상했다.
결국 머리 자르는 건 대 실패! 대충대충 얼렁뚱땅 마무리 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실장님 잘못이 아니라 아이가 너무 울어제낀 탓에 도저히 머리를 제대로 자를 수 없었다.
8천원을 결제하고 나오면서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집으로 와서 머리카락 범벅인 아이의 얼굴과 몸을 구석구석 닦아주었다. 여기는 8천원밖에 안해서 그런지 샴푸고 뭐고 그런 서비스는 없었다. 나도 바라지도 않았다. 아이가 이렇게 우는 데 머리감기는 불가능했다. 집에 와서 깨끗이 목욕시키고 몸을 닦고 나니 헐... 삼식이가 따로 없네... 60년대 흑백티비에나 나올 법한 하아... 앞머리는 사선으로 뱅헤어 ㅜㅜ 아무리 아기지만 귀엽지 않았다. 그저 남들이 보면 엄마가 애 머리가지고 장난친 줄 알 것 같았다. 남편은 아이 머리를 보자마자 바가지 덮어놓고 너가 자른거 아니냐며.. 진짜 돈주고 자른 머리 맞냐고 몇번을 물었다.
안 그래도 속상해 죽겠는데 뒷머리고 옆머리고 삐뚤빼뚤한 아이의 머리를 보니 너무 짜증이 났다. 아빠 단골미용사라고 해서 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돈 더 내고 키즈미용실 갈 걸 백번 후회했다. 이런 나를 보니 아빠도 마음이 편할리가 있나. 나에게 다시 한번 미용실에 가보자고 하셔서 이번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과 장난감을 잔뜩 챙겨서 갔다.
우리를 보자마자 웃음부터 나오신 실장님은 아이를 진정시키고 해보자고 하셨다. 내가 바리깡을 이용해서 뒤를 정리해달라고 부탁하니 아이가 울고 위험해서 안된다고 하셨지만 아까보다 차분해진 아이 덕분에 무사히 바리깡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이내 또 울음을 터트리자 아이 머리를 잡던 점장님과 실장님 왈,
이건 엄마 욕심이지. 솔직히 우는 아이 머리 억지로 자르는 건 아동학대에요
내일 모레 아이 생일 기념으로 스튜디오에서 찍는 사진을 예약하지만 않았어도 그냥 아이 머리카락이 자라기만을 기다렸을 것 같다. 그런데 순식간에 아동학대하는 엄마인냥 비난을 받으니 너무 속이 상했다. 아이 머리를 세게 잡을 때도 속상했지만 참았는데 저런 말은 들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머리 한번 자르러 가서 참 별 소리를 다 듣는다. 아동학대라니.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다. 내가 한국문화에 적응을 못하는 건가? 미국에서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미용사가 손님에게 아동학대라는 폭언을 한다면 바로 손님이 고소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나야 이제 그 미용실 안가면 그만이지만 그런 말을 듣고도 아무말도 못한 내 자신이 너무 바보같다. 싫은 소리 못듣는 내가 문제인걸까 아니면 무례하게 말하는 사람이 문제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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